운+ 2024. 8. 1. 08:51


콘도미니엄 회의를 네시간 했다면
한국 사회에 있는 사람들은 믿지도 못하겠지?
오후 여섯시에 들어갔는데 밤 열시에 풀려남

처음에 한 번 겪고 질려서 그동안
왠만하면 참석 안해버리고 결정난 거
그냥 돈내라는거 내고 하라는거 하고
다수결에 반하지 않으면서 버텨왔는데
이번 건은 뭔가 작정하고 돈 쓰려는 느낌이 나서
불길한 느낌이 들어 권리 방어를 위해 갔다

누가 아파트 회의를 네시간이나 하냐
그것도 진짜 주제도 다 드럽게 수상쩍어
대문 바꾸는거부터 엘베 설치까지

한국에서는 견적서 딱딱 보여주고 거수 하거나
싸인받고 끝일텐데 여긴 뭐 오픈 단상 끝장토론이다

나는 이태리인들과 얘기할때 종종 말귀를 못알아쳐먹는 외국인 역할에 자주 몰입하곤 하는데 실제로 뭐 못알아먹을 때도 많지만 어차피 외국인이라 말귀를 못알아 들을거라고 가정하고 진행할 때 보면 그들이 이태리인 앞에서만이었다면 안했을 좀 더 본질적인 얘길 무의식 중에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네시간 동안 이어진 “쓰잘데기 없는” 마라톤 토론의 결과는
제일 엘베가 필요할 거 같았던 맨 윗층 이웃과 나만 장렬히 반대하고 나머지는 왠만하면 그래도 해보는 쪽으로 하겠다는 게 결론인데 이게 x같은데 이것들이 자꾸 “만약 모두가 참여하면“ 이라는 전제를 다는거다 웃기는 애들임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지들끼리 돈 내서 하고 지들만 쓰면 되는거다
심플 앤 이지

하기 싫다는 사람들한테 Yes 라고 할때까지 몰아 붙이면서 안하겠다는 사람들 불평불만분자로 몰아가는게 되게 기분이 이상했다 이러니 이태리 계속 살면 음모론이랑 편집증만 더 느는거다 종내엔 “가짜 중립기어 박은” 콘도미니엄 관리자가 계속 참전해서 안하겠다는 사람들 핍박함 이정도쯤 되면 너네들 지금 이걸로 뭔가 비지니스 하겠다는걸로 보이는데 굉장히 수상쩍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걍 그만 말하고 투표하자니까 언짢아함ㅋㅋㅋㅋ
자기들이 주도해야되는 회의를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르는 외국인이 갑자기 걍 입장 서로 어느정도 정해진거같으니 투표하자니까 언짢은거임 뭐 그럼 밤새도록 집에 안보내고 고문할텐가 자네들

이래저래 no를 외치는 반동분자들이 전혀 타협할 기세가 없으니까 이제 한발 물러서서 잽이 들어온다 공사허가부터 받잖다 한명이 되게 전문가인척하면서 겸손한척하면서 공사허가 받잖다 그리고 바로 그 전문가는 “소음 소송 엔지니어” 인데 본인 와이프집 숙박업소로 쓰면서 소음 공사는 제대로 안하신 그 분이다

몇가구 모이지도 않았지만 이 콘도미니엄 회의 안에 이태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인간군상이 다 모여있다 능구렁이 담넘듯 남 등처먹으려는 사람,네와 아니오 중 하나로 투표하랬더니 NI라는 병신같은 대답을 하는 기회주의자(그와중에 왜 NI인지를 설명하는데 숨도 안쉬고 내리 20분을 혼자 떠들어서 더 병신같았음),너무 디테일한걸 파고들어 불평불만이 쩔어서 일상대화 되나여 느낌이었는데 알면 알수록 그냥 직설적+편집증 때문에 소셜한 성격이 아닐 뿐이지 괜찮은 사람,이중에 자기가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면서 오만으로 똘똘 뭉쳐있는 인간,관공서에서 일하는게 무슨 벼슬인냥 견적서 5개월동안 14개 받아낸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생색내면서 말도 안되는 공사프로젝트 가져와서 말같잖은 소리를 말같은척 하면서 반복하며 강요 하는 인간,계속 다 같이 참여하면 하고 아님 모르겠다면서 반만 발 걸쳐놓는 인간 등 아주 그냥 인간 사회 단면이 다 모여있는 것 같다

사실 되게 심플한 일이 될수도 있었다
엘베는 걍 하고싶은 놈들이 거수해서
원하는 사람들끼리 돈 나눠내고 걍 하면됨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반대한 사람은 그리고 안쓰면 됨
그래도 공동 관리비용 분담 들어가니까
반대한 사람들은 이래도 저래도 엿먹는 시스템임

이놈들이 역겨운게 싫다는 사람 앉혀놓고 몇시간동안 정신고문 하듯이 몰아가면서 계속 이상하게 구는게 진짜 별로고 이상하다는 거다 돈은 남의 주머니에서 뜯어내고 싶고 지들이 이득되는건 해야겠고 하는 그 심보가 진짜 역했다
엘베 자리도 안나오고,엘베가 집앞에 멈추는 것도 아니고,(계단 반까지만 됨 나머지는 걸어올라가던가 전동의자같은걸 나머지 계단에 설치하면된다는 개소리 시전),그리고 더 대환장 파티인건 나라에서 뭔 지원이 나와서 저 전동 의자를 설치해야만 공사비 75프로를 공제받는다는거다 ㅋㅋㅋㅋㅋ
애초에 별로 설치해봤자 개인 집 가진 사람들 입장에선
들인 돈 대비 효용도 없고 애초에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라리 진짜 필요한 필수적인 지붕같은걸 고치라고 인간들아 할튼 드럽게 이기적이다
숙박업소하는 애들 입장에선 공사비용은 공동이지만
지들이 훨씬 효용이 클테니까 하자는 거면서
프라이빗하게 쓰는 사람들이랑 엔분의 일 하려는거도
이미 도둑놈 심보인데 인간들이 안하겠다는 사람을 뭣같이 몰아가는게 진짜 기분 드러워서 나도 막판에는 의사록에
약간 ”결사반대“라고 쓰라고 했다
어찌나 한숨을 쉬시던지 누가 보면 한 열페이지 고쳐달라고 한줄ㅋㅋㅋ두줄만 더 쓰면되는데 할튼 어이없다
몰아가는거 도가텄어들 다들

이미 360도로 이런 경우 저런 경우 다 당해봤기에
이 한 회의에 그게 다 녹아있어도 이상하지는 않더라

적어도 이제 그래도 그동안 당한 구력이
영 쓸모 없지는 않았구나 싶은게
거기 대가리 부지런히 굴리던 인간들이 왜그러는건지,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어느부분에서 엿먹이려는건지
다 보이더라
그동안 먹었던 엿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앞으로 이런걸로 엿먹지는 않겠구나
생각이 든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