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주말에 캠핑을 다녀왔다
일 진도도 안나가고 주식도 내맘같지 않고 뭔가 머리통이
삐그덕삐그덕 안굴러가는 느낌이 들어서 다 내려놓고 다녀옴
피칭을 오랫동안 안해서 처음 피칭할 때처럼 오래걸렸다
타프까지 치고 세팅하는데 꼬박 두시간 걸림
한여름 오후 한가운데의 텐트 풀피칭은
노동강도가 꽤 높은 일이라는걸 깨닫게 됨
그리고 강도높은 자발적 노동으로
강제적으로 머리 안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폰이고 나발이고 다 꺼놓고 걍 쉬었다
목적은 달성한셈이다
몸을 굴리면 머리가 비워진다는 명제를 다시 확인

정의


정의란 뭘까에 대한 생각을 함
내가 원하는 정의와 상대가 원하는 정의의 기준이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의외로 정의 구현이라는 건
어떤 감정적 해소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내가 추구한 정의가 법을 통해 실현된다는 건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서 감정적 희열을 준다는 걸 알게됨

이태리에서 의외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


세컨잡일 때도 많고,무엇보다 자발적 노동 시간이 어마무시하다 보수 대비로 따지면 딱히 돈도 안될 거 같은데 진짜 좋아서 하는 일일때가 많다는게 참 보고 있음 신기해
일과 취미의 어떤 경계인거같기도 한데 진짜 잘한다
그리고 자기 소개할때 세컨잡으로 일하는 거에 대한 얘긴 걍 하지도 않음 그건 그냥 취미라고 생각하는 듯
동네에 꼭 한두명 있음 그냥 그 사람 찾아가봐라 이럼
뭔데? 회계사야? 변호사야? 뭐야? 물어보면 아니래
그냥 가보래 근데 실무 타이틀 달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나을 때도 많음 희안하지 왜 하냐고 물어보면 걍 너무 재밌대 여가시간에 하는 일처럼 하더라고
진짜 사짜같은 애들한테 상담료며 성공보수며 뭐같이 뜯기면서 진짜 전문직들은 타이틀 돈주고 사는거 아닌가들 의심스러우면서 열받다가 이런 사람들 만나면 걍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정화됨

부모가 다 맞는거 아님


너는 부모가 그걸 잘 가르쳐줬을테니까 라는 말을 들을때  
그냥 빙긋 웃고 말긴 하는데 이건 의외로 사실이 아니다
난 꽤 오랫동안 돈관리를 스스로 하지 않았고 그사실에 매우 후회한 적이 있으며 그냥 그럼에도 별 문제 없을 정도의 행운을 가졌던 것 뿐이다 총알을 잘 장전해서 어떤 기회에 잘 쐈어야 했을 때 총알도 제대로 준비되기 않고,그 기회도 놓쳐버렸던 그 어떤 때에 와서야 그동안 스스로의 재무 관리를 “직접” 해내왔어여만 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 관계를 깨달은 1인에 불과하다 태어나서 양치질을 나이 사십오십까지 계속한다고 양치질 실력느나요? 안늡니다 라는 말이 진짜 가슴에 와서 박혔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반복만 하는 일에 실력은 늘 수가 없다 타인에게 맡겨놓은 내 재무 상황은 결국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었다 변명은 그 후로 접어두었다  그 후 나는 조용히 아무말 없이 혼자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고 아주 작은 돈으로 적절히 분산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 부모는 돈을 쫓지 말라고 자식을 가르치신 분들이다 그리고 그분들의 가르침의 정의는 절반만 함의되어있었다
”돈을 쫓지말되“”좋아하는 일을 잘 찾아서“”계속하면서”“자유롭게 살아라”였다
글쎄,내 부모의 가르침은 실현되면 이상적으로 가장 좋은 일이긴 하지만 저 전제조건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쉽게 재앙 상황에 쳐하거나 부모와 불화를 겪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 와중에 경제권을 독립 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매우 높은 확률로 부모의 의지대로 삶을 꾸려나가게 된다 뭐 이 상황도 괜찮은 사람이 있고 안 괜찮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반골기질을 가진 성격상 명백히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일을 못찾는데 돈이 필요해서 계속 일해야 한다던가,돈이 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다르다던가,뭔가를 계속하지 못해서 돈을 산발적으로 번다던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던가 가치평가가 충돌하는 경우에 대한 답은 부모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부모도 인간일 뿐이다 그리고 부모가 살아나간 시대와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또 다르다 결국 스스로 판단하며 꾸려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코비드 중반 이후 한 2년 반 정도 꾸준히 스스로 재무관리라는걸 시작했다 현재 뭐 실력이 대단히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단계에 들어선 것은 맞는 것 같다 조금씩 상황을 오픈하면서 부모님 의견이 달라지는 걸 보는거도 쏠쏠한 재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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